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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요즘 날씨는 도무지 이해가 안 돼요. 9월 중순이 지나가고 있는데도 낮 최고 기온이 30도를 훌쩍 넘는 게 말이 되는 건가 싶어요. 사실 9월 하면 보통 선선한 가을바람이 불어오고, 약간의 서늘한 기운을 기대하게 되잖아요? 아침저녁으로는 기온이 조금 떨어져서 "아, 이제 가을이구나" 싶은데, 낮에는 여전히 한여름 같은 더위가 찾아오니까 오히려 이게 가을이 맞나 싶은 거죠. 제가 생각하던 가을은 이런 게 아니었는데 말이에요.
9월 초반에는 그냥 늦여름이 좀 길어지는가 보다 했는데, 이제는 그게 아니더라고요. 진짜 낮에는 나가기가 두려울 정도로 햇볕이 따갑고, 밖에 잠깐만 나가도 온몸에서 땀이 나요. 한참을 걸은 것도 아닌데, 조금만 움직이면 땀이 줄줄 흐르는 걸 보면 아직 여름이 떠나지 않은 것 같아요. 그래서 요즘에는 가을 옷을 꺼낼 생각도 못 하고, 계속 반팔에 얇은 옷만 입고 다니고 있죠. 하지만 또 저녁 되면 슬슬 바람이 불어서 약간은 쌀쌀한 느낌이 들기도 하니, 옷을 어떻게 입어야 할지 참 난감한 거예요.
이렇게 이상한 날씨가 계속되면 신체 리듬이 깨지는 것도 문제예요. 한창 여름에는 더위에 익숙해져서 그에 맞춰 생활 패턴을 조정하게 되잖아요. 그런데 가을이 오기 시작하면 몸도 자연스럽게 그에 맞춰 조정이 되어야 하는데, 요즘은 낮에는 여전히 더위가 심하고 밤에는 살짝 선선해지니 하루에 두 계절을 경험하는 기분이에요. 그래서인지 요즘 쉽게 피로가 누적되는 느낌이에요. 아침에 일어났을 때 상쾌한 느낌보다는 몸이 묵직하게 느껴지고, 쉽게 지치는 것 같아요. 이건 분명 날씨 때문이 아닐까 싶어요.
사실 이런 더위는 이번이 처음은 아니에요. 몇 년 전부터 여름이 길어지고 늦여름 더위가 점점 강해지는 걸 느꼈거든요. 예전 같으면 9월 초에는 선선한 바람이 불기 시작했는데, 요즘은 오히려 한여름 같은 날씨가 9월 중순까지 계속되고 있으니, 가을이 점점 짧아지는 느낌이에요. 기후 변화 때문인지 이제는 계절이 일정하지 않다는 게 피부로 느껴져요. 더운 날씨가 지속되다 보니 에어컨 사용도 계속하게 되고, 이러다가 10월에도 에어컨을 켜야 하는 건 아닌가 싶기도 해요.
제가 기억하는 9월은, 아침에 나갈 때는 선선한 바람이 불고, 점심쯤 되면 약간 따뜻한 햇살을 느끼며 걸을 수 있는 그런 날씨였어요. 바람도 적당히 불어서 시원함을 주고, 길거리에는 낙엽이 하나둘씩 떨어지기 시작하는 모습을 보는 게 큰 즐거움이었죠. 그런데 지금은 그런 가을의 낭만을 느끼기가 어려워요. 땀이 줄줄 흐르는 날씨에 가을 분위기를 즐기기는커녕, 어디 그늘에 들어가서 더위를 피하는 게 우선이에요.
더위를 이기는 방법도 이제는 조금 익숙해져서, 외출할 때는 항상 물병을 챙기고 있어요. 물을 자주 마셔야 탈수도 예방하고, 더위도 조금이나마 식힐 수 있으니까요. 그런데 이게 더우면 더울수록 자꾸 갈증이 나서, 물을 아무리 많이 마셔도 부족한 느낌이 들 때가 있어요. 에어컨이 있는 실내에 오래 있다 보면 건조해져서 물이 더 필요하게 되기도 하고요. 그리고 개인적으로는 이렇게 날씨가 더울 때는 카페에 가서 시원한 음료 한 잔을 마시며 시간을 보내는 걸 좋아해요. 햇볕 아래에서 더위를 참는 것보다는 시원한 음료를 마시면서 잠시 더위를 피하는 게 훨씬 낫더라고요. 요즘 자주 가는 카페에서는 아이스 아메리카노가 제 필수템이에요. 얼음이 잔뜩 들어간 아메리카노 한 잔을 마시면 순간적으로 더위가 확 가시는 느낌이 들거든요.
또 한 가지 더위를 피하는 방법은 가능하면 낮 시간에는 밖에 나가지 않는 거예요. 30도가 넘는 낮에는 웬만하면 실내에서 보내려고 해요. 요즘 일교차가 심하니까, 햇볕이 조금만 가려져도 온도가 금방 떨어지는데, 한낮의 더위는 그와는 또 다르게 너무 강렬해요. 그래서 최대한 일을 오전이나 저녁에 마무리하고, 낮에는 실내에서 에어컨을 켜놓고 보내는 게 가장 현명한 방법인 것 같아요. 물론, 일이 있으면 어쩔 수 없이 나가야 하지만, 그럴 때는 햇볕을 직접 받지 않으려고 우산이나 모자를 챙겨서 더위를 피하곤 해요.
그런데 이렇게 날씨가 너무 더우면, 가을을 제대로 느낄 수 있는 날이 점점 줄어드는 게 아닌가 하는 걱정이 들어요. 가을은 짧고, 그 짧은 순간에만 느낄 수 있는 아름다움이 있는데, 이 더위가 계속되면 가을다운 가을을 즐기기 어려울 것 같아요. 단풍이 물들기 시작하고, 시원한 바람을 맞으며 걷는 게 가을의 묘미인데, 이 더위가 끝나면 바로 추운 겨울로 넘어가 버릴 것 같은 불안함도 있어요. 9월 중순이라면 서서히 가을 분위기가 물씬 풍겨야 하는데, 여전히 여름 기운이 가득하니 말이에요.
이런 기후 변화는 단순히 날씨의 문제가 아니라 우리 생활 전반에 큰 영향을 미치는 것 같아요. 더위가 길어지면 그만큼 에너지도 많이 쓰이고, 식물들의 생장에도 영향을 줄 테고요. 더운 날씨 때문에 마음까지 지쳐버리는 게 아닌가 싶을 때도 있어요. 빨리 이 더위가 지나가고, 선선한 가을이 찾아왔으면 좋겠어요. 그런 날이 오면 다시 가을 분위기를 느끼며, 여유롭게 산책도 하고, 따뜻한 차 한 잔을 마시며 가을을 만끽할 수 있었으면 좋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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